옵션 만기일만 되면 잘 가던 주가가 갑자기 출렁이는 걸 본 적이 있다. 특별한 뉴스도 없는데 장 막판에 어떤 가격대로 수렴하듯 움직이는 걸 보고 신기했던 적이 있어서, 오늘은 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쓰이기도 한다는 맥스페인(Max Pain) 이론을 찾아봤다.



맥스페인 이론이란

맥스페인은 옵션 만기 시점에 콜옵션과 풋옵션을 합쳐 가장 많은 금액이 휴지조각이 되는 가격을 말한다. 옵션을 산 사람 입장에서는 이 가격에서 손실이 가장 커지니까 '최대 고통'이라는 이름이 붙은 셈이다. 계산 과정을 찾아보니 대략 이런 순서로 이루어졌다.

1. 만기일에 나올 수 있는 각 행사가격을 하나씩 가정해본다.

2. 그 가격에서 콜·풋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다 더해본다.

3. 이 총합이 가장 작아지는 행사가격이 맥스페인이 된다.

맥스페인 가격 산출 원리 행사가격별 손실 그래프
행사가격별 옵션 매수자 손실을 더했을 때 가장 작아지는 지점이 맥스페인 가격이다


결국 옵션 매도자(주로 마켓메이커) 입장에서 가장 유리한 가격이 맥스페인이다. 그래서 매도자들이 프리미엄을 지키려고 주가를 이 지점 근처로 유도할 유인이 있다는 게 이론의 출발점이라고 한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유인이 있다는 얘기고, 실제로 주가를 마음대로 조작한다는 뜻은 아니다.  시장엔 개인, 기관, 외국인 등 다양한 참여자가 얽혀 있고, 가격은 이들의 매매가 다 섞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만기일에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

맥스페인이 실제 가격 움직임과 자주 엮이는 건 마켓메이커의 델타 헤지 때문이라고 한다. 흐름을 따라가보니 대략 이렇다.

1. 마켓메이커는 옵션을 팔 때 방향성 위험을 없애려고 기초자산을 같이 사거나 팔아서 델타 중립을 맞춘다.

2. 만기일이 가까워질수록 등가격(ATM) 옵션의 감마가 확 커지는데, 이 상태에서는 기초자산 가격이 조금만 움직여도 델타가 크게 흔들린다.

3. 델타가 흔들릴 때마다 마켓메이커는 포지션을 다시 맞추려고 더 크고 잦게 매매하게 된다.

4. 이 물량이 만기일 장 막판에 몰리면서 가격이 특정 구간에서 뭉치는 '핀 현상(pinning)'이 나타난다.

미결제약정(open interest)이 많이 몰린 행사가일수록 이 압력이 세지는데, 헤지해야 할 물량 자체가 크기 때문이라고 이해했다. 결국 만기일 변동성이 커지는 건 누군가의 의도라기보다, 델타 중립을 맞추려는 기계적인 매매들이 겹치면서 생기는 결과에 가까워 보인다.



맥스페인은 예측 도구가 될 수 있을까

그럼 맥스페인 가격을 미리 알면 만기일 주가를 맞힐 수 있을까 궁금해서 좀 더 찾아봤는데, 참고 정도는 되어도 확정적인 예측 도구로 보기는 어려웠다. 잘 안 맞는 경우로 꼽히는 건 이런 것들이었다.

1. 만기 당일에도 매매나 청산이 계속 일어나서 옵션 포지션 자체가 계속 바뀌는 경우

2. 실적 발표, 거시경제 지표, 예상 못한 뉴스처럼 외부 변수가 끼어드는 경우

3. 유동성이 낮거나 변동성이 큰 종목이라 헤지 물량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작은 경우

찾아보고 나니 맥스페인은 만기일 근처 가격이 왜 특정 구간에서 뭉치는 경향을 보이는지 설명해주는 틀 정도로 이해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이걸로 단독 매매 신호를 잡기보다는, 미결제약정 분포나 변동성 지표랑 같이 참고하는 정도가 적당해 보인다.



결국 맥스페인은 미래 주가를 맞히는 공식이라기보다, 옵션 만기일에 마켓메이커의 헤지 매매가 가격에 미치는 구조적 압력을 설명해주는 틀로 이해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만기일 변동성은 델타·감마 헤지가 쌓이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시장 메커니즘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정.